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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의 강박에서 벗어나자! 안은영의 여자 생활백서

라엘리안 예스 2007. 3. 29. 10:51
여자들이여, ‘쿨’의 강박에서 벗어나자! 안은영의 여자 생활백서
“행복과 불행, 우울과 기쁨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달렸다” 남자보다 짜릿한 여자의 인생 극복기란 무엇일까. 「여자생활백서」라는 도전적인 타이틀의 책 속에는 수다와 협의, 충고와 위로가 녹아 있다. 저자는 일방적인 충고가 아닌 위로의 인사를 건넨다.


30대를 앞둔 혹은 지난 동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고 삼순이처럼 단단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한편, 내 주변엔 왜 현빈만큼 돈 많고 어리고 섹시한 남자가 없는지 한탄해봤다면. ‘장밋빛 인생’의 맹순이에게 힘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 자신을 가꾸지 않으니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게지, 혀를 끌끌 찬 적이 있다면, 당신은 진정 고난의 30대를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40대보다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20대보다는 현실에 용감해지는 시기인 여자 나이 30대.

여자들에게는 “속 시원하게 까발린다”는 호쾌한 반응을, 남자들에게는 “좀 걸쩍지근하네”라는 삐딱한 찬사(?)를 듣는 서른여섯 살의 기자 안은영이 그동안 쏟아낸 ‘주옥같은 수다’를 다듬어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80가지 ‘덕목’을 공개했다. 그녀는 이를 일컬어 생활의 기술이라 했다. 이름하여 「여성생활백서」.

「여성생활백서」라는 타이틀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론에 입각한 연애, 전투적이길 강요하는 인간관계, 무조건 성공하라고 부추기는 네트워크와 직장 생활….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 좀더 사실적이고 따뜻하고 여성적인 책을 쓰고 싶었다. 여자들은 쇼핑과 연애에만 미쳐 있다는 이론서들의 편견이 너무 싫었다. 우리 여자들은 남자 못지않게 혹은 남자보다 20, 30대에 치열해야 하고, 실제로 치열하다. 왜냐면 남자는 결혼과 성공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중 삼중고를 겪게 된다. 연애부터 직장 생활, 네트워크, 친구, 결혼에 이르기까지 차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어쩌다 이런 책을 쓰게 되었나

평소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배우고 성장하고 기쁨과 슬픔을 맞는 과정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매번 놀라고, 행복하고, 가슴이 철렁하고 등등 그랬다. 다행히 운이 좋은 면도 있었고, 때론 왜 나한테만 이래? 싶은 적도 있었지만 대체로 복 있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책은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혼자서 뚝딱뚝딱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그렇게 살아지지 않는 거, 이왕이면 조금 시원시원하게 살면 좋겠다. 조금 가볍고 보송보송하게 살면 좋겠다고 소망하며 20대를 보냈다. 보내고 나서 뒤돌아보니 20대가 애틋해지더라.

20대에서 30대를 관통하는 여자 얘기를 내 고백처럼 풀어낸 책이다. 일방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책이 아니라, 난 이랬는데 당신은 어때? 이게 낫지 않겠니? 식으로 수다와 협의, 충고와 위로를 녹였다. 읽는 사람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저자는 미혼 여성이다. 솔직히 말해 기혼 여성에게도 도움이 되겠는가

결혼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세대별로는 아직 젊어서 욕심도 많은 20대, 세상을 조금 알게 돼서 느물느물 노련해진 한편 저도 모르게 포기하는 게 많아지는 30대(나머지 인생 선배들의 세대는 내가 안 살아봐서 모르겠다).

나도 조금은 잘났는데 왜 인생이 지루하지? 싶은 상념과 조로증에 걸린 걸(girl)들, 고작 서른여섯 먹고 당신이 뭘 알겠어? 라고 팔짱을 끼고 있는 사람들도 시간 되면 봐주었으면 한다. 정상에 올라 깃발 꽂고 “나 이렇게 살았으니 당신들도 이렇게 살아” 라고 잘난 척하는 얘기는 아니니까 위장이 거북할 일은 없을 거다. 그럴 만큼 대단한 인생은 못된다.

80가지 항목을 정하는 것도 만만찮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막힌 부분과 술술 풀린 대목은 무엇이었나

가장 막힌 부분은 재테크. 친구들한테 구박 엄청 받았다. 사실 돈에 대한 관념이 생긴 지가 얼마 안 된다. 풍족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살았기에 경제 감각이 둔한 것조차 몰랐고 욕심도 별로 없는 편이었다. 얼마 전에 “안은영은 정말 경제 감각이 없다”고 커밍아웃‘당’하고 재테크 도사들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술술 풀린 부분은 연애. 만나온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늘 연애 감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직간접 경험을 토대로 썼고, 연애하는 순간만큼은 언제나 ‘올인’하는 무대포 성격이라 정리만 하면 됐다. 물론 연애하는 당시엔 늘 격정과 우울을 오가며 앓지만. 사실 연애 감정이 멈추는 순간, 정신을 움직이는 뇌세포도 죽는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품고 산다. 취재원(연예인)들을 만나 늘 하는 얘기가 오픈하기 싫은 경우 가급적 들키지는 말고 늘 연애하라고 말하는 편.

연애 부분에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 그럼 남자를 순한 양처럼 만드는 노하우를 물어도 되겠나

양의 천적이 되면 되지 않겠나. 이를테면 당신이 늑대나 양치기가 되라고 하겠다. 그를 꼼짝없게 만들 만한 팜므파탈의 매력으로 그를 포획하거나(늑대), 밉지 않은 거짓말과 여우짓으로 그를 쉴 새 없이 긴장하게 만들거나(양치기). 이 두 가지 방법은 지능적이지 않다면 금세 밑천이 바닥날 우려가 있다. 그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당신이 그를 덜 사랑하면 된다. 늑대와 양치기를 번갈아 가며 당신을 더욱더 사랑하게 만들라.

80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면, 작가 본인은 몇 점짜리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나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75점. 평범한 성장기를 보내며 남들처럼 살기 위해 제도권 안에 있었으니 50은 맞춘 셈이고 남들 등치거나 거짓말로 스스로 합리화하지 않았으니 10점 추가, 그럭저럭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가졌고 그 일로 돈도 벌고 있으니 10점 추가. 좋은 사람들과 즐겁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에게 상처준 적 있을 테니 5점 추가. 나머지 25는 살면서 채우겠다. 죽을 때 꼭 100점짜리 인생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조바심 같은 것은 없다.

대놓고 물어봐서 뭐하지만, 왜 당신은 싱글인가 사변적인 얘기들을 늘어놓긴 싫고 솔직히 나보다 더 남을 사랑할 자신이 안 생긴다.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고 절망적일 때 마음껏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조차 빼앗길까봐 두렵다. 함께하는 행복? 결혼하지 않고도 누릴 수 있다.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떼밀리고 싶지 않다는 뜻.

대학 때까지 현모양처가 꿈이었다. 친구들이 푸하하 웃었지만 나는 진지했다. 사회에 나와 ‘결혼은 바보거나 천사들이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나도 언젠간 둘 중 하나가 돼 있겠지.

남들보다 좀 늦게까지 싱글로 남아 있는 여성, 그런 여성들이 조심해야 할 것은

혼자인 채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혼자에 익숙해지면 둘이 두려워진다. 조심해야 할 부분은 필요 이상의 자기 연민과 쿨해야 한다는 강박증. 세상에는 이씨가 있고 박씨가 있는 것처럼 싱글녀도 있고 유부녀도 있고 이혼녀도 있고, 별거녀, 동거녀도 있다. 어정쩡한 자기 연민은 5년은 더 늙어 보이게 만든다.

싱글인 것이 죄도 아닌데, 누가 물어보기도 전에 애써 싱글을 ‘강조’하거나 ‘예찬’하거나 숨기지 말 것. 구체적으로 조심해야 할 부분은 연하남에게 향하는 주책없는 모성애 과잉 현상, 총각이고 유부남이고 할 것 없이 덤벼드는 시시껄렁한 모든 남자들(연애를 할 거면 제대로!), 멍청하게 TV 앞에 앉아 있다가 새벽을 맞는 각종 청승 행위. 기혼녀보다 시간이 더디 가므로 생산적인 일 한 가지를 꼭 할 것. 싱글은 기혼녀보다 노화현상에 노출돼 있으니 건강과 다이어트에 유의할 것.

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이 어떻게 느끼기를 바라는가

조금 행복해졌으면, 사회생활에서 맘 맞는 친구 생긴 것처럼 즐거웠으면, 산소를 깊이 들이마신 것처럼 든든한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 멋진 미사여구로 판타지를 준 것은 아니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 듬직한 어깨가 생겼다는 뿌듯함? 누구에게나 인생의 레이스는 똑같다. 좌절하거나 오만할 이유가 없다. 다만 어떤 호흡으로 달리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복과 불행, 우울과 기쁨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달렸다.

건조하고 냉소적이면서도, 읽고 나면 마치 뒤에서 등을 토닥여준 것만 같은 동지의식이 생기는 것이야말로 그녀의 글이 주는 미덕이지 싶다. 집필기간 동안 연애에 몰두할 때보다 더 치열하게 집중하고 애달파했다는 안은영. 12년간 음악, 패션, 연예 전문지에서 글을 써온 그녀는 다음에는 어릴 적 다니던 절의 지체장애 보살님의 얘기를 쓰고 싶다고 해서 출판사 기획자를 뜨악하게 만들었다. 여자 얘기는 한 번 써봤으니 남자 얘기를 쓰고 싶다는 그녀. 다만 그 기한은 남자들에 대한 속물적인 관심이 남아 있을 때까지란다.

여자생활백서 80가지 ‘알짜 노하우’만 콕 찍었다!

여자생활백서

미모 지상주의를 욕하지 마라

그래, 좋아. 바로 이거야! 여기서부터는 결혼이고 뭐고 일단 당신의 몸부터 챙기는 페이지다. 사실 공부해서 남 주는 것? 맞다. 하지만 예뻐서 남 주나? 다 자기 좋으라고 가꾼다.

통통한 볼, 펑퍼짐한 힙, 두툼한 손등에 달린 뾰족한 손끝, 톡 튀어나온 이마, 쭉 찢어진 눈과 작은 입술. 미인도에 나와 있는 어른들이 말하는 미인의 조건이다. 당시 미의 조건은 그러했다는 거다. 미인의 조건은 오랜 세월 수도 없이 변했다. 지난 10년 동안만 되짚어봐도 최진실, 이영애, 이효리, 송혜교, 한가인, 김태희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의 생김이 다 비슷한가 떠올려보면 ‘전혀 아니올시다’다.

문제는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고 아무렇게나 적용된다는 것! 근사한 외모를 가진 사내가 당신에게 상냥하게 굴면 기분이 흐뭇해지면서 한순간 들뜨는 것은 당연하다. 그 앞에서 ‘에잇, 내가 왜 이러지? 이놈의 미모 지상주의!’라고 버럭 화를 낼 수는 없다. 미모 지상주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형수술을 하고, 눈물을 머금고 지방분해수술을 하고, 거금을 들여 경락과 에스테틱을 받는다는 말만 하지 말자.

남들이 손가락질할까봐 가장 애처로운 명분을 찾는 것처럼 궁색한 것은 없다. 비굴하게 남의 탓, 세상의 이즘(ism)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당당해지자. 한 달 동안 자취를 감춘 지인이 어느 날 몰라보게 변신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턱을 깎았다고 한다. 반듯하게 각이 지던 그녀의 턱은 원만한 곡선을 그리면서 웃는 표정조차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삼십 넘도록 아무 탈 없이 살았고,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으면서 굳이 왜? 그녀의 말인즉슨 이렇다.

“사람들 만나는 일을 업으로 삼아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로는 상대방이 내 턱만 보는 것 같아 늘 위축됐어요. 성격이 밝아 사람들은 몰랐겠지만…. 그래서 남편에게 솔직히 털어놨죠. 나는 이 일도 좋고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정작 내 콤플렉스 때문에 그만두게 될까봐 겁난다고. 그래서 딱딱하고 융통성 없어 보이는 턱을 교정하겠다고 했죠. 남편이 한참 고민하더니 결국 허락해줬어요.”

나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냈다. 일단 힘든 수술과 수술 후 통증이 아무는 시간을 모두 참아온 끈기가 놀라웠고, 스스로 당당한 모습이 멋져 보였다. 만약 당신이 좀더 예쁜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유 없이 낙오됐거나 어떤 권리를 박탈당했다면, 당신이 그녀보다 외모가 못해서가 아니라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일 것이다.

예쁜 여자가 매력적인가? 결단코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예쁜 여자가 그렇지 않은 여자보다 성격상 밝고 열린 사고를 갖고 있단다. 결국 ‘마인드’에 달린 문제다. 미모 지상주의는 여자들이 스스로 만들고 있음을 왜 모르는가.

성형수술의 원칙

1. 코 수술을 하고 나면 콧속이 건조해지므로 가습기를 틀어둘 것. 잠결에 간지럽다고 무작정 콧속을 긁어대면 마이클 잭슨처럼 끝은 뾰족하고 하늘 위로 한껏 치켜 올라간 코를 갖게 될 것이다. 주의할 것.

2. 턱 최소 한 달 동안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핏물과 침을 받아내야 하므로 바깥출입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늘 거즈를 물고 다니며 피와 침을 뱉어내야 하므로 되도록 한동안 남자친구와는 만나지 말 것.

3. 쌍꺼풀 비교적 간단한 편. 시간이 지나면 부기는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단, 잠버릇이 고약한 사람은 무의식중에 긁지 않도록 주의할 것. 한 가지 더, 모든 수술 부위는 심장보다 높이 두면 피가 몰려 회복이 늦어진다. 수술 후에는 가급적 베개를 낮게 배는 것이 좋다.

4. 보톡스 다른 수술도 마찬가지지만 술과 담배는 네버! 보톡스로 매끄럽게 얼굴을 정리해놓고 기분 좋다고 술을 마셨다가는 영영 회복 불능의 비대칭 턱을 갖게 될지도. 명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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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면 이유를 물어라

도끼가 당신을 치겠다고 결심했다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 짝패를 이뤄 즐겁게 일하던 순간에 하필 발등을 내리꽂은 이유를 들어보면 당신도 할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당신은 언제나 스스로 옳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된다. 타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습관이 인간관계의 벽을 만든다. 당신의 무심한 한마디로 상대방이 귀를 닫아버렸을 수도 있고, 당신이 자신도 모르게 그의 가슴을 후벼 파 상대가 당신을 싸늘한 시선으로 쳐다봤을 수도 있다. 피해강박증 환자일수록 타인에게 무수히 상처를 준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사실이 창피한가? 그 전에 당신이 먼저 그 도끼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살펴볼 일이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며 살아간다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위험천만한 착각이요, 교만이다. 한편으로 그들에게 알게 모르게 실망과 상처를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심결에 내 편이라는 이유로, 내 마음을 모두 이해할 것이라는 오만한 태도부터 고쳐라. ‘인생에 사람처럼 값진 것이 없으니 무조건 당신 편을 믿어라’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 전에 당신이 먼저 상대에게 무조건적인 믿음을 주고 있는지부터 살피는 게 순서다.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입장을 이해하며, 네 편 내 편을 정확히 가를 수 있어야 그 믿음이 견고해진다.

이 친구, 과연 내 편인가?

1. 만나기만 하면 훈계와 잔소리 맞다. 사랑하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다. 순박해서 그런 거니까 세련된 당신이 이해해라.

2. 내가 보호자가 된 기분이에요. 당신 편이 맞는데, 조금 유약한 스타일이다. 늘 다른 사람에게 신세만 지는 편이지만, 이런 사람 하나쯤 있어도 괜찮다. 무지막지한 관심과 애정을 퍼부어라. 소심한 그 사람은 당신 없으면 휘청거릴 거다.

3. 오래 안 봐도 궁금하진 않은데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요. 그러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익숙해진다. 확실히 당신 편이다. 도움이 필요할 때 당신의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명쾌한 한마디로 당신의 용기를 북돋워줄 사람.

여자생활백서

뒷담화할 때도 기본 매너는 지켜라

그렇다. 뒷담화처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처음 본 사람도 5분 안에 죽마고우로 만들고, 심심해 죽을 것 같다가도 1~2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동일한 대상과 다양한 소재를 곁들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보의 각축장이 돼 어느새 자기 얘기도 슬쩍 곁들여가며 친분을 나누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그런데 공허하다. 자리를 파하고 나면 문득 쓰레기를 쏟아냈다는 자괴감과 생산적이지 못한 자리였다는 자기 검열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경험이 있다면 앞으로는 뒷담화도 요령껏 치자.

방금 전까지 S양의 인격을 발기발기 찢어놓고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그래도 S양이 아주 못된 애는 아니잖아…”라는 식으로 말하면 그날의 비밀결사대는 당신으로 인해 쩍쩍 금이 갈 수도 있다(언젠가 당신이 S양과 같은 제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연스레 화제를 바꾸는 것이 좋다.

자기 과시욕을 담아 남 얘기를 하는 태도도 좋지 않다. 제물의 반대편에서 제물의 인격을 폄훼하며 “적어도 난 아니거든”이라고 말하고 싶은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만나기만 하면 누군가를, 무언가를 잘근잘근 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필경 외로워서 그런다.

뒷담화 홀릭(holic) 중에서 가장 몰상식하고 몰매너한 경우는 심드렁하게 우회해 의뭉스럽게 툭 먹잇감을 던지는 스타일로 남을 ‘씹는’ 것이다. 겉으로는 허허실실 웃고 있지만 실은 교활한 발톱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뒷담화는 말하는 동시에 공기 중에 휘발되어도 좋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뇌리에 남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수위라면 좋겠다. 당신이 뱉은 한마디가 당사자의 귀에 들어갈 가능성은 51퍼센트다.

뒷담화의 기본 매너

1. 금기 소재는 절대 피할 것. 깊은 남녀상열지사나 가정사 등 본인이 밝히기 싫어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 그 밖에 재미있긴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은 명예훼손이므로 주의할 것.

2. 자리를 파하면 머릿속을 깨끗이 비울 것. 담아둬봐야 정신 건강에 도움이 안 될 뿐더러 제아무리 흥미진진해봐야 남의 얘기. 그런 이야기를 자신의 무의식까지 끌고 오면 뭘 하겠다는 건가.

3. 혹여 이 얘기가 새어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것. 그만큼 캐주얼하고 가볍게 수위 조절을 할 것.